포르쉐 파나메라 페이스리프트 4 PDK 시승기
포르쉐의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 4 페이스리프트를 간단히 시승했다. 독일의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 포르쉐가 양산하는 유일무이한 세단이다. 20세기 말, 자금난에 시달리던 포르쉐는 가지치기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렇게 보급형 스포츠 카인 박스터가 탄생하고, 폭스바겐 그룹의 기술 공유를 통해 최초의 SUV 카이엔을 양산한다. 초대 파나메라는 그 한참 뒤인 2009년에 공개된다. 현시점에서는 독일 현지에서 3세대 파나메라의 실물이 공개된 바 있다.
포르쉐는 대중들의 이상과 같은 브랜드다. 함께 다수 브랜드들의 이상이기도 하다. 막연히 비유하자면 1대 당 마진이 대중 브랜드의 10배를 상회한다고 하며, 체계화된 공정 절차와 SUV나 세단 등의 라인업 확장 전략으로 생산성까지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소 1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대는 소수의 소비자들만 구매할 수가 있다. 희소성 또한 포르쉐의 가치다. 정확히 카이엔이나 파나메라 같은 크로스오버 들은 가격을 낮춘다기 보다, 가정이 있다거나 많은 짐을 적재하고, 비포장도로나 장거리 주행에도 편리할 수 있는 범용성으로 규모를 키운 것이다.
포르쉐 파나메라 PDK 4 가격
시승 차량은 2세대 포르쉐 파나메라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2020년에 공개되었다. 포르쉐가 그래왔듯 페이스리프트의 변화는 마이너 체인지 수준에 그친다. LED 그래픽이 일부 변경되고, 실내 편의 장비를 보강하는 등 상품성 개선에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포르쉐는 옵션 구성에 따라 외관이나 실내 디자인 사양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편이다. 시승 차량이 포르쉐 ‘파나메라 4’ 가장 기본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출시 당시 공시가만 해도 1억 5천만원에서 3억 원까지 커버리지가 유독 넓은 편이다.
포르쉐 파나메라 페이스리프트 디자인
포르쉐 파나메라 라인업 중에서는 엔트리 모델이다. 그럼에도 1억 중반대를 상회하는 고가의 차량이다. 첫인상부터 매끈하게 뻗어 나온 보닛 디자인이 일반적인 세단과는 비교된다. 파나메라는 FMR 레이아웃을 기본으로 하지만, 헤드램프 사이로 파여있는 파워돔 라인이 리어엔진 스포츠카의 실루엣을 연상시킨다. 프런트 펜더 상단에 배치되는 헤드램프는 포르쉐로써 당연하다. 4점의 LED 포인트가 패밀리룩의 핵심이다. 노즈의 높이가 굉장히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그릴 면적 자체는 좁아 보인다. 범퍼 양 끝까지 넓게 뻗어있는 형태다.
스포츠 세단이지만 전장이 굉장히 긴 편이다. 그만큼 전고와 휠베이스가 늘어난 편이니 비율적인 측면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보닛도 정말 길게 뻗어있고, 쿠페 스타일의 C필러라인이 특히나 긴 편이다. 쿠페형 세단의 기본 소양이다. 프런트 펜더의 에어 브리더와 연결되는 캐릭터 라인, 그리고 리어펜더 상단의 웨이스트 라인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이드미러는 플래그 타입으로 스포티함을 더해준다. 프레임리스 도어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전반적으로 스포츠카스러운 느낌보다는 거대한 차체 크기에 압도되는 분위기가 의외였다.
파나메라의 디자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후면 디자인이다. 일체형으로 연결되어 있는 테일램프가 정말 911을 빼닮고 있다. LED 라인 하단부로 거치되어 있는 포르쉐 엠블럼도 정교함을 더해준다. 단순히 일자형의 테일램프만으로 포르쉐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해 주지는 못한다. 폭넓게 뻗어있는 리어펜더 숄더 라인이 스포츠 쿠페의 매력적인 실루엣을 연상시킨다. 가변식 스포일러는 자연스럽게 매립되어 있고, 해치 게이트도 분할선이 잘 정리되어 있다. 엔트리 모델이라 그런지 디퓨져나 머플러 팁의 디자인은 단순한 편이다.
실내 디자인도 포르쉐 911시리즈에서 유래한다. RPM 게이지를 중심에 두는 클러스터와 대시보드 중앙의 아날로그시계가 특유의 감성을 자극한다. 클러스터가 양측 화면은 디지털 방식이지만, RPM 게이지만 따로 분리하여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를 모두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통일하여 간결함을 더한다. 중앙 에어벤트는 센터 콘솔에도 배치되어 있는데, 시동을 걸면 개방되는 모션이 꽤나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많은 버튼들이 센터 콘솔에 깔끔하게 통합되어 있기에 디자인적으로는 세련미가 출중하다.
앞뒤 좌석 모두 열선이나 통풍 시트, 메모리 시트 같은 편의 옵션은 풍부하게 탑재되어 있었다.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는 없지만 오디오 커버의 테두리가 은은하게 빛난다. 2열 좌석은 독립식이다. 확실히 모호한 3인 좌석보다는 고급스러운 느낌이고, 시트 포지션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마찬가지로 센터 콘솔 패널에서 다양한 기능들을 제어할 수 있다. 리어 시트는 4:2:4 폴딩을 지원하며, 고급 세단답게 트렁크는 러기지 스크린으로 차단되어 있다. 트렁크 공간도 넓다. 전장에 비해 활용도가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절대적으로 넓다.
사변적으로 외관 디자인은 크고 점잖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실내 디자인도 안락함이 강했다. 스티어링 휠이나 기어노브의 그립감도 알루미늄 패들시프트를 제외하면 무난하게 느껴졌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접할 수 있는 독일 고성능 브랜드의 세단에 비해서는 다소 노멀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동을 거는 순간 느낌이 달라진다. 시동 버튼이 좌측에 있는 것부터 포르쉐의 오랜 전통을 따른다. 스마트키 기반이지만 버튼이 아닌 레버를 회전시키는 방식, 과거 키를 꽂아 시동을 걸던 아날로그 한 감성을 자극한다.
포르쉐 파나메라 4 페이스리프트 주행
시동을 걸면 그르렁 걸리는 시동 사운드가 울려 퍼진다. 톤이 굉장히 낮고 두텁다. 스포츠 세단이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티어링 휠의 다이얼로 조작이 가능하며, 기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와 개인 맞춤으로 구분된다. 기본 주행부터 묵직한 감도를 갖추는 스티어링 휠이 믿음을 준다. 처음 느낀 승차감은 역시 예상보다는 단단했다. 파나메라는 기본적으로 3축 에어스프링 서스펜션을 채택하고 있다. 차고와 감쇠력을 취향에 맞게 세팅할 수 있다. 에어스프링 특유의 소프트함과 기본적인 탄탄함이 교차하는 느낌이다.
기본 드라이브 모드에서 전반적인 주행감은 데일리 세단으로도 무리가 없게 느껴진다. 조금 묵직하게 조율되어 있는 여타 프리미엄 세단과 유사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노면 요철이나 방지턱에 능통하게 대응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억제된 흔들림에 비해서는 부드러운 편이라 생각된다. 본질적으로 스포츠 모드에서의 주행감이 궁금했다. 기본 트림으로 채택된 3.0L급 V6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36마력, 약 45.9 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8단 PDK, 즉 습식 듀얼 클러치가 매칭되며 4륜 구동이 기본이다. 연비는 8Km/l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지상고를 최대로 낮춰준다. RPM이 상승하며 사운드가 날카로워지고, 변속기의 반응도 예민해진다.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는 가변식 스포일러를 작동시킬 수 있는데 고속에서 접지력을 더해줄 것이다. 스티어링 휠이 정말 무겁다. 통상적인 승용차의 스포츠 모드와는 비교가 어렵고, 실제 스포츠 쿠페와 엇비슷한 수준의 조향 감각이다. 주행을 하면서 그전에는 읽히지 않던 노면 상태가 여과 없이 전달받는 느낌이 든다. 차고가 낮아진 만큼 승차감이 매우 딱딱해지고 특히 방지턱이나 깊은 요철은 스포츠카처럼 충격이 올라온다.
저단 변속으로 급가속을 하면 고 RPM 엔진 사운드가 운전의 재미를 깨우쳐준다. PDK 변속기는 7000RPM 수준의 높은 회전수까지도 감당해 주며, 변속에는 빠르게 반응한다. 2톤에 육박하는 차체지만 출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힘이 차고 넘쳐서 제어가 어려운 수준도 아니니 대중적인 스포츠 세단으로 손색없다. 전반적으로 경쾌한 느낌보다는 강한 토크로 밀어붙여 주는 가속감이었다. 네 바퀴에 구동력이 개입하고 휠베이스가 길다 보니 코너링 감각이 예리한 편은 아니다. 대신 직진성이나 고속 선회에서의 안정감이 유독 뛰어나게 느껴졌다.
스포츠 세단이 맞다. 여유로운 파워와 긴장감이 흐르는 섀시, 흥미를 더해주는 사운드까지 주행에 대한 몰입감을 키워준다. 2톤에 육박하는 차체가 평소에는 플래그십 세단의 중후함을 연출해 주기도 하지만, 모드를 변경하면 끈끈한 접지력을 지닌 스포츠 쿠페가 되어주는 것이다. 원래 파나메라는 그런 주행 세팅을 위한 장비보다도 편의 장비가 부족한 편이었다고 하다. 예를 들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조차 선택할 수 없었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는 그런 편의장비를 보강하고, 나이트 비전이나 헤드램프 성능을 개선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파나메라의 디자인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느껴본 적은 거의 없었다. 포르쉐라는 엠블럼에 우선적으로 가치를 두고, 단시 포르쉐가 만든 5도어 세단이라면 품질과 성능에 의구심이 들지 않는다. 디자인도 911의 외형을 따르고 있으니 그런대로 보증된 가치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외형만 보면 다소 밋밋하기도 하며, 스포츠 세단만의 날카로움이 다소 부족한 인상이 들었던 것 같다. 결국 포르쉐니까 가능했던 디자인이다. 포르쉐니까 다소 어색한 첫인상도 납득이 되었고, 또 오래 보다 보니 묘한 설득력이 있는 매끈한 형상에 매료된다.
포르쉐 파나메라 4 페이스리프트 결론
포르쉐 파나메라 4 페이스리프트를 시승했다. 포르쉐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1만 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 꾸준히 선택받고 있고, 많은 이들의 동경이 대상이 되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포르쉐는 만인의 명차다. 하지만 5도어 세단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본 포르쉐는 또 달랐다. 단지 ‘고급차’라는 브랜드 가치에만 비중을 두기에는 고성능 자동차 분야에 진심을 품고 있는 브랜드였다는 점이다. 오히려 당연히 잘 달려야 하는 포르쉐의 스포츠카 보다도, 세단으로 전달받은 911의 DNA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졌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