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
지난 3월 27일, 벤틀리 서울에서 진행된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 런칭 행사에 참석했다.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은 그 이름처럼 오직 대한민국을 위해 기획된 국내 예술가와의 협업 프로젝트로, 총 10대 만의 차량이 차량이 한정 생산된다. 벤틀리는 고객 개인 맞춤형 주문 제작, 즉 비스포크 시스템의 전담 부서 ‘뮬리너’를 운영해오고 있다. 뮬리너의 장인 정신이 담긴 이번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의해 탄생된 결과물이라는 점에 더욱 큰 의의가 있어 보인다.
이번 행사는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벤틀리 타워에서 진행되었다. 행사 이후 3월 28일부터는 벤틀리 서울과 현대백화점에 함께 진행하는 럭셔리 브랜드 팝업, 럭셔리 페어가 개최된다. ‘The Quiet LUXURY’를 주제로 벤틀리 타워에 부티크 팝업이 설치된 모습이었다. 전시 행사는 벤틀리 타워의 4층에서 진행되었다. 벤틀리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격식이 갖추어진 좌석과 테이블, 간단한 다과와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행사 시간이 되며 조명이 꺼진 후, 간단한 홍보영상과 함께 전문 큐레이터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된다.
이번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 벤틀리의 뮬리너 팀과 함께한 아티스트는 대한민국의 하태임 작가였다. 하태임 작가는 추상 화가로서 우주의 무한한 질서를 자신의 작품에 묘사해왔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서 알아볼 수 있는 대표 아이덴티티는 ‘컬러밴드’다. 그중 리치, 아틱블루, 하이퍼 액티브, 리넨, 탄자나이트 퍼플 등 다섯 가지 액센트 컬러를 메인 테마로 하여 차량 곳곳을 꾸며냈다고 한다. 바디 컬러는 이번 전시 차량과 같은 순백색의 ‘아이스’ 컬러, 그리고 깊은 색감의 ‘블랙 크리스탈’중 선택할 수 있다.
단순히 자동차를 구매한다기보다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실제 차량 계약 후 출고가 이뤄진다면, 벤틀리의 출신지인 크루 공장 방문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벤틀리와 맥캘란의 합작품, 맥캘란 호아리즌의 우선 구매권이 제공된다. 그리고 이번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의 주인공 하태임 작가의 10호 작품도 제공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예술작품과 자동차를 함께 소유할 수 있는 기회이자, 오직 한국을 위한 컨티넨탈 GT라는 의의 하나로도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
그렇게 차량에 대한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기획 의도를 느껴봤다. 바로 언베일링 행사가 진행되었다. 생각처럼 기존 컨티넨탈 GT 대비 화려하고 과시적인 디자인은 아니다. 대신 부분적인 구성요소들에서 진중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벤틀리 서울 측에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차별화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콰이트 럭셔리’ 라는 캐치프레이즈부터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을 지향하는 목적성을 내비친다. 그래도 차별점은 확실하다. 카본 플레이트를 덧 댄 스페시피케이션 바디 킷과 다양한 액센트 컬러, 그리고 인테리어 곳곳의 시그니처 컬러밴드 등등 다양하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디자인
보통 럭셔리 세단이나 쿠페라 하면 화려함 크롬 소재가 연상된다. 반대로 이번 컨티넨탈 GT 코리아 에디션은 크롬 가니시가 배제된 상태로 검은색 마감 소재가 채택되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에어인테이크는 물론 헤드램프의 베젤까지, 세련미와 역동성이 공존한다. 사실 벤틀리는 ‘고성능’ 지향의 브랜드였다. 역사적으로 모터스포츠와 깊은 연관이 있다. 헤드램프에서 뻗어나가는 포물선 형태의 라인과 리어펜더를 한 번 더 강조하는 웨이스트 라인, 그리고 패스트백 루프의 조화는 역동성을 자아내는 스포티 쿠페의 이상향을 보여준다.
그런 측면 디자인에도 다양한 디테일들이 숨어있다. 22인치 블랙 휠은 차량의 가니시와 조화를 이루고, 셀프 레벨링 엠블럼은 고속주행에서도 엠블럼의 수평성을 유지한다. 벨트라인 역시 검은색 몰딩, 그리고 로커패널 상단을 장식하는 검은색 포인트 라인이 시선을 이끈다. 차량 하부에도 카본 플레이트 소재의 스커트가 부착되어 있다. 테두리를 장식하는 빨간색 컬러 스트립과 벤틀리 로고 프린팅에서 뮬리너의 장인 정신을 느껴본다. 트렁크의 립스포일러와 테일램프의 베젤도 조화를 이루는 모습, 보석 공예품 같은 그래픽이 정말 감탄스러운 모습이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 인테리어 디자인
벤틀리의 인테리어는 다르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물로 느껴지는 감각은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가죽 하나하나의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과 특유의 향기, 우드 트림, 금속 등으로 장식된 센터 콘솔은 극단적으로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정 판매 차량이라서 승차는 불가했지만, 시트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흰 색상의 다이아몬드 퀼티드 시트, 뮬리너 화이트& 그랜드 블랙 듀얼 피니시 베이어를 조합했다고 한다. 원래 헤드레스트에는 벤틀리 엠블럼이 각인되지만, 에디션 차량에는 컬러밴드 자수가 각인된다.
특히 다이아몬드 널링 에어벤트 디자인은 벤틀리 뮬리너 팀에서도 최초의 도전이었다고 한다. 이번 디자인 테마가 되는 컬러밴드와 같이, 빨간색과 하얀색이 에어벤트 테두리에서 대비를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다. 디테일과 내구성, 색감 모두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특수 가공이 필요했다고 한다. 효과는 말 그대로 엑센트 컬러의 역할이다. 자칫 보수적일 수 있던 컨티넨탈 GT의 센터콘솔의 혁신적인 차별화 요소가 된다. 이 외에도 대시보드 마감재와 도어 하단의 트레드 플레이트에서 컬러 밴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확연한 차이는 아니다. 대부분 기계 장치는 가격대와 성능이 비례하기 마련이지만, 벤틀리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 수준에서는 제품의 가치가 마치 공예품처럼 매겨지게 된다. 즉, 차량이 담고 있는 의미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현대미술과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의 만남, 지금의 벤틀리를 잇게 한 뮬리너 팀의 장인 정신과 연구 성과가 담겨있는 수공예품과 같다. 진정한 예술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 돋보이는 법,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은 일회성의 사치스러움보다도 진중하고 정제되어 있는 예술의 가치를 담는다.
한편 컨티넨탈 GT는 포르쉐 파나메라에 채택했던 MSB 플랫폼으로 설계되었다. 공차중량은 대략 2.3톤, V8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을 채택하여 550마력의 최고출력과 78.5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8단 습식 듀얼 클러치, 퍼포먼스만 보아도 럭셔리이자 스포티 쿠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주행성능에 앞서 운전자의 편의에 투자하지만, 원래 벤틀리는 모터스포츠의 유전자를 지닌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를 탑재하여 전자 제어를 통해 롤링을 억제하고, 2.3톤의 무거운 중량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생각보다 행사 분위기가 자유로웠다. 지나친 설명보다도 직접 오랜 시간 차량을 살펴볼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것 같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느껴본 벤틀리라는 브랜드가 그랬다. 차를 접하면 느껴지는 감성과 분위기, 그로 인한 향수가 일반적인 고급차와는 확연히 달랐다. 의외로 격식이 아닌 자유로움을 품은 브랜드였다. 벤틀리 뮬리너 팀의 철학은 남들이 멈추는 곳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참 인상 깊은 표현이다. 남들이 도전하지 않는 영역에 무한한 가능성을 개척해 나가며, 뮬리너의 유일한 한계는 상상력이라고 한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 결
벤틀리 서울,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 런칭 행사를 보도했다. 대한민국에 의한 컨티넨탈 GT였다. 벤틀리의 주요 시장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아티스트와 벤틀리의 뮬리너팀이 만난 럭셔리와 예술의 조합이다. 사실 럭셔리라는 표현 자체가 기술적 기능성, 그 이상의 감성적인 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이 투영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고의 공예 기술자들이 모여있는 뮬리너 팀과 대한민국의 추상 화가 이태임 작가의 협업은 문화 예술 세계의 유의미한 자취가 되어줄 것 같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