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포티지 1.6 가솔린 터보 프레스티지 시승기
기아 스포티지 NQ5, 프레스티지 트림을 시승했다. 소위 ‘깡통’ 트림이라고 하는 엔트리 등급 스포티지다. 원래 스포티지 NQ5에는 ‘트렌디’라고 하는 엔트리 모델이 구성되어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2024 연식변경이 감행되면서 트렌디 트림을 단종했고, 자연스레 2번째 등급이던 프레스티지가 기본 모델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글의 주제가 스포티지 엔트리 트림 시승기지만, 나름대로 풍부한 옵션이 기본화된 편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할 수 있겠다.
현행 스포티지는 2021년에 공개된 바 있다. 프로젝트 코드는 NQ5, 5세대 스포티지다. 쏘나타 DN8, 투싼 등과 공유하는 3세대 전륜구동 플랫폼으로 개발되었고, 전장이 이전 세대 대비 17CM 이상 확대된다. 거의 체급을 넘나드는 수준이다. 때문에 유럽 현지 전략형 차량들은 휠베이스가 축소되어 생산하고 있다. 엔진은 1.6 가솔린 터보를 주력으로, 2.0 디젤과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로 출시되었다. 2022년에는 스포티지 2.0 LPI 트림을 신설한다. 연식변경이 이뤄진 지난 2023년은 스포티지의 출시 3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기아 스포티지 디자인
시승 차량은 엔트리 트림이기 때문에 스포티지가 갖추는 가장 기본적인 외모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전과는 다르게 풀 LED 헤드램프가 기본이다 보니, 스포티지의 얼굴과 같은 ‘<‘ 형태의 DRL도 기본 사양이다. 다만 턴 시그널은 전구가 사용되었다. 스타일 패키지를 선택하면 프로젝션 타입 LED 헤드램프와 턴시그널이 채택되고, 안개등까지 옵션이다. 사실 전면 가니시나 언더커버 소재조차로 패키지를 추가하면 모두 마감 색상이 변경되긴 한다. 일반인의 시선에서 주의 깊게 알아보지 않는다면 모를만한 차이라고 본다.
그래서 기본 사양으로도 디자인은 꽤나 만족스럽다고 여겨졌다.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크롬 가니시가 대담하고 입체적인 인상을 나타낸다. 측면 디자인도 비율이 잘 다듬어진 듯 보인다. 도어 패널을 가르는 주름이나, 리어 펜더의 웨이스트 라인이 특히나 멋스러우며 D 필러의 크롬 가니시도 매력적이다. 기본 모델은 위와 같은 17인치 휠이 적용되는데 SUV다 보니 스탠스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된다. 디자인 자체도 준수하다. 만약 스타일 패키지를 적용한다면 19인치 휠과 함께 하이그로시 언더 커버, 루프랙이 추가되게 된다.
기본 테일램프도 면발광 방식이라서 비주얼이 크게 아쉽지 않다. 그래도 고급형 LED 콤비네이션 램프와 턴 시그널의 조합이 분명 고급스러워 보이긴 할 것이다. 그리고 후면부는 테일게이트까지 플라스틱 가니시가 올라와 있다 보니 스타일 패키지의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이 추가되면 확실히 세련미는 더해질 것 같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스포티지는 기본 사양부터 무게감이 잡혀있는 편이다. 최고 트림 시그니처 등급도 일부 사양은 스타일 패키지를 추가해야 적용되고, 그 이상으로 전용 범퍼와 색상이 추가되는 ‘그래비티’ 트림도 고민해 볼 수 있다.
기아 스포티지 실내
실내다. 시승 차량은 프레스티지 등급에 컨비니언스 패키지와 12.3인치 내비게이션 패키지가 추가되어 있다. 내비게이션 패키지에는 스크린뿐만 아니라 후방카메라, 풀 오토 에어컨, 공기 청정 시스템, 오토 디포그 등이 추가되어 있다. 만약 제외된다면 센터 스크린 대신 컴팩트 오디오 시스템, 그리고 하단 전환조작계가 물리 버튼식으로 변경된다는 점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컨비니언스 패키지는 사실상 필수다. 운전석 파워시트와 1열 통풍 열선 시트, 스티어링 휠 열선이 있고, 무엇보다 기본 사양에 없는 스마트키 시스템이 포함된다.
외관 디자인에 비해 프레스티지 기본 사양은 옵션이 다소 결핍된 편이다. 시트와 변속기 노브는 인조 가죽, 1열 이중 접합 차음 유리는 기본이다. 편의 장비라 하면 블루투스 핸즈프리와 운전석 세이프티 파워윈도우, EPB와 오토홀드, 크루즈 컨트롤, 하이패스 정도로 요즘 소형차량도 기본으로 탑재되는 옵션 수준이다. 스피커는 6개, 스포티지를 엔트리 트림으로 출고하고자 한다면 위 패키지는 꼭 추가해야 할 듯 하다. 그 정도 패키지만 추가하니 실내 디자인도 꽤 멋스럽다. 나름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채택되었고, 스포티지 만의 에어벤트 디자인이 독특하게 다가온다.
이전 세대 대비 공간은 정말 넓어졌다. 특히 2열 레그룸이나 헤드룸 모두 여유롭고, C필러 창까지 있다. 패밀리카의 수요를 의식하는지 2열 에어벤트도 기본이다. 따로 2열 컴포트 패키지는 없고 노블레스 등급부터 2열 열선시트와 원터치 폴딩이 추가된다. 시그니처 등급은 2열 파워윈도우와 차음 글래스까지 적용이다. 시승 차량의 테일게이트는 가스 리프트 방식, 다음 등급부터 파워 테일게이트가 적용된다고 한다. 트렁크 공간이 정말 여유롭다. 매트 아래에도 여유 공간이 있고, 2열 시트는 폴드& 다이브 구조라서 평탄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아 스포티지 시승기
엔진 트림도 1.6 가솔린 터보가 기본적으로 가장 저렴하다. 대신 하이브리드나 디젤 엔진 대비 유류비 등 유지 비용이 더 소모된다. 즉 연간 주행거리에 따라 본인에게 맞는 엔진 트림이 정해져 있기는 하다. 정숙성이나 승차감 등 주행 질감에 차이가 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하고, 특히 스포티지는 엔진 사양마다 결합되는 변속기가 전부 다르다. 1.6 가솔린 터보에는 7단 건식 듀얼 클러치가 맞물린다. 즉답성이 훌륭하나 저속 울컥거림이 단점이다. 아무렴 시승기의 취지가 ‘깡통’ 차량인 만큼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1.6 가솔린 터보가 가장 유리하다.
1.6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180HP, 최대토크는 27KG.M이다. 4기통이지만 가솔린 엔진 다운 정숙성이 꽤 마음에 들었다. 7단 DCT와 맞물린 공인연비는 12.3Km/L다. 적당히 납득할 만한 연비다. 승차감은 나름 탄탄하게 조율된 편이나 심한 요철에서는 다소 출렁이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아마 가장 작은 사이즈인 17인치 휠로 인해 조금 더 부드러운 승차감이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조향감은 다소 가벼운 편이며, 코너링 특성은 약간의 언더스티어 감이 있는 전형적인 전륜구동 SUV의 거동을 보인다.
드라이브 모드 설정은 기본으로 지원되는 옵션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금 더 믿음직스러운 조향감이 느껴진다. 엔진 반응도 조금 더 예민해 지나 사운드는 그저 소음 느낌, 대신 즉답적인 엑셀 반응이 꽤나 흥미롭다. 특히 저단에서는 두터운 토크감을 발휘한다. 체감 가속성능에 정말 답답함이 없었다. 미세한 터보래그를 의식해 보자면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주행에 크게 간섭받는 느낌은 없었다. 대신 급가속 시 DCT와 터보가 가끔 박자가 어긋나듯 반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느껴지는 울컥거림은 승차감을 심하게 저하하는 요소가 맞다.
그래도 장시간 타다 보니 DCT 특유의 울컥거림이 느껴지지 않도록 알아서 몸이 적응하는 느낌이다. 터보 래그로 엑셀을 부드럽게 밟으면 의식하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발진 감이 부드럽게 조율된 편이나, 급 가속 시에는 불협화음이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어느 정도 속력이 붙으면 변속은 부드럽다. 고속에서의 안정성도 준수하게 느껴지며 풍절음도 딱히 거슬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음악을 들으면서 주행하면 기본 6스피커만으로도 주행 소음은 억제할 수 있다.
그래서 전반적인 주행감은 무난했다. 타 SUV 대비 출력이 넉넉한 대신 DCT가 의외로 둔하게 반응한다는 느낌 정도가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다. 풍절음도 크게 거슬리는 수준이 아니었고 풀옵션 사양은 2열까지 차음 유리가 적용되니 더 나을 것이다. 하위 트림이라도 개성적이고 단단해 보이는 디자인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보통은 휠 때문에라도 엔트리 트림만의 저렴한 분위기가 있는데, 스포티지의 17인치 휠은 나름 감각적인 투톤 컬러 디자인이다. 앞서 언급했던 두 가지 패키지를 추가하였기 때문에 옵션의 큰 부재도 없었다.
현대자동차 그룹 차종 대부분은 차선 이탈 방지 장치와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이 기본이다. 옵션에 따라 경고 방식이나, 그 외 주행보조 장치에 큰 차이가 있다. 기본 사양의 차로 유지 기능만으로 주행 편의는 훨씬 나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이 외에도 전방 충돌 방지 보조 기능과 2열 사이드 에어백, TPMS와 시트 리마인더 등 기본 안전사양이 나쁘지 않았다. 아마 스포티지 엔트리 모델이라면 동급 세단이나 아래 급 풀옵션 SUV와 비교를 할 것이다. 아무리 ‘깡통’이라도 패밀리카로는 안전성이나 승차감 모두 준수한 차종이 아닐까 싶다.
기아 스포티지 시승기 결론
스포티지 엔트리 트림을 시승했다. 옵션이 다수 빠져있더라도 역시 기본기는 체급을 따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승차감이 소형 SUV에 비해서는 확실히 묵직하고 안정적이다. 그만큼 정숙하기도 하다. 특히 1.6 가솔린 터보 엔진은 딱 준중형 크로스오버에 어울리는 출력을 지녔다. 시승차량처럼 두 가지 옵션만 추가해도 필수적인 편의 장비들은 전부 탑재된다. 그리고 공간의 차이는 압도적이다. 만약 공간 때문에라도 체급을 올려서 차량을 출고하고자 하는 소비작자 있다면, 스포티지 기본 모델은 분명 좋은 선택지라는 결론이다.
글/사진: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