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골프 2.0 프레스티지 장기 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사양을 장기간 시승했다. 골프는 ‘해치백’의 정석으로 불리는 대중형 자동차다. 폭스바겐의 출신지, 독일은 패전국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중추 산업에 자동차를 택한 바 있다. 이동의 자유는 곧바로 이동의 확장성을 필요로 했고, 자연스레 건설업과 중공업이 함께 성장한다. 그렇게 독일은 다시금 기술 경쟁의 패권을 차지했다. 그런 뒷배경으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자동차의 과시성보다 기능성을 중시 여기는 토속적인 문화를 함유한다.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이한 폭스바겐 골프다. 2019년까지 무려 3400만 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자동차 ‘아반떼’가 누적 판매량 1500만 대를 앞두고 있다. 그에 빗대면 폭스바겐 골프의 전 세계적인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원래부터 경제성을 중시 여기는 대중들을 대상으로 계획되었고, 수차례의 오일쇼크나 경제 대공황 등 세계경제가 얼어붙는 시점에서도 골프는 좋은 선택지가 되었다. 훌륭한 효율성과 실용성을 겸비하면서도 준수한 기본기를 갖춘 ‘해치백’입니다.
해치백은 캐빈과 트렁크가 합쳐진 개념의 승용차다. 마치 비행기의 해치 게이트처럼 트렁크를 개방하면 실내 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다. 원래는 세단형 승용차에 D필러를 추가한 ‘스테이션 왜건’이 더욱 보편화된 개념이었다. 하지만 좁은 의미의 해치백은 오버행이 짧고 C필러가 길게 자리잡은 형태다. 지금으로써는 자동차가 흔하지만, 원래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해치백과 같은 대중 지향 자동차는 수익성이 결여되던 시기다.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면서 해치백의 판매량이 폭증한 셈이다.
폭스바겐 골프 디자인
초대 골프의 디자인은 그토록 경제성을 중시여기는 사상에서 기인했다. 단, 7번의 세대교체를 거쳐 탄생한 제8세대 골프는 경제성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카리스마 있고 날렵한 외모를 추구하고 있다. 2019년이다. 차세대 골프의 출시 당대, 폭스바겐은 직선위주의 디자인을 메인 테마로 설정하고 있었다. 전면을 가르는 LED라인은 골프의 외모를 조금 더 낮고 넓어보이게 유도한다. LED매트릭스 헤드램프와 라이팅 그릴의 그래픽은 하이테크 감성을 자극한다. 두 부분으로 구분되는 헤드램프는 어느새 골프의 오랜 헤리티지가 되었다.
범퍼 하단부까지 차체 색상으로 깔끔하게 도장된 단정한 모습이 소형 SUV와는 차별화된 해치백만의 세련미다. 유행하는 소형 SUV에 비해 지상고도 낮고, 루프라인도 낮다. 전체적인 비율도 훌륭해졌다. 이전세대에 비해 보닛이 길고 낮아보이며, 휠베이스도 긴 편으로 보인다. 사선형으로 뻗어나가는 직선 형태의 캐릭터라인과 벨트라인, 그리고 마치 부메랑처럼 꺾여있는 C필러 쿼터패널은 상당히 역동적인 프로필을 구현해 냈다. 투톤 컬러 색상의 17인치 휠도 탄탄하고 안정적인 스탠스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후면 디자인까지 직선의 기조를 유지한다. 역시 얇고 세련된 형태로 변경된 테일램프, 그 내부의 입체적인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후방카메라는 엠블럼에 통합시키고, 넘버플레이트는 범퍼에 배치하여 간결함을 키웠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이전세대와 큰 차이 없이 부분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어쩌면 디자인의 전체적인 변경점이 그렇다. 해치백 시장을 리드해온 폭스바겐은 어떤 브랜드보다도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런 위치에 있어 급진적인 변화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완성도를 가다듬었다.
폭스바겐 골프 프레스티지 실내
실내 디자인도 미래지향적인 면모를 갖춘다. 약 10.25인치 크기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mib3가 적용된 센터스크린이 배치된다. 시승 차량인 프레스티지 트림은 HUD까지 탑재되며 뛰어난 인포테인먼트 성능을 갗추게 되었다. 센터 스크린은 스마트폰 무선 프로젝션이 가능하며, 기본 UI 완성도도 뛰어난 편이다. 그 밖에 골프의 표제는 디지털 친화라는 생각이 든다. 공조장치는 물론, 오버헤드 콘솔 등 대부분의 기능이 터치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실 처음에는 조작감이 어색하고 민감도도 예민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적응의 시간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토글레버 타입의 변속기나 D컷스티어링 휠은 기능성과 직관성 모두가 훌륭했다. 디자인 적으로도 매우 깔끔 한편, 30색 엠비언트 라이트와 함께 실내 디자인의 세련미를 강화한다. 이 외에 센터콘솔의 접이식 컵홀더나 암레스트는 기능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시트는 직물 소재가 혼합되어 있다. 따뜻하게 감싸주는 느낌은 아니지만, 감기는 듯한 착좌감이 독특하다. 프레스티지 사양은 운전석 전동 메모리 시트와 에르고 액티브 시트를 적용하여 간단한 마사지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사각지대나 하차 경보 등 안전장비도 풍부하다.
뒷좌석 공간이다. 모든 부분에서 적당한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1열 시트를 타이트하게 배치하지 않아도 2열 레그룸이 협소하지 않았다. 1열 시트레일이 긴 편이라 최대로 밀어낼 수도 있다. 2열 시트도 1열과 같이 대부분 직물 소재로 마감되어 있다. 도어트림에는 1열과같은 멋스러운 엠비언트 라이트가 점등된다. 편의장비는 에어벤트와 USB포트, 그리고 시트 폴딩까지 기본적인 구성이다. 트렁크는 기대했던 만큼의 공간으로 매트 바닥면의 꼼꼼한 마감이 마음에 들었다. 수동식이지만 크게 무겁지 않고, 러기지 스크린도 기본이다.
폭스바겐 골프 2.0 디젤 시승기
시승 차량은 2.0L급 직렬 4기통 TDI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성능으로 경쾌한 반응성과 효율성을 겸비한다. 변속기 또한 7단 듀얼클러치, DSG를 맞물려 비슷한 성격을 극대화 했다. 트윈 도징 시트템을 통해 환경 규제를 충족시킨 연비는 17.8km/l다. 상당한 고효율이다. 공차중량은 대략 1485Kg이고 제로백 8.4초라는 탁월한 가속성능을 겸비하기도 한다. 초반 가속감에 비해 수치상의 공차중량이 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그만큼 출력은 여유로운 편, 주행 질감과는 또 별개이다.
우선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정숙성이다. RPM이 오르면 가솔린 엔진 수준으로 실내에서의 차음수준은 훌륭하다고 느꼈다. 전반적인 회전질감이나 변속 로직도 부드럽다. 좁은 골목길에서 창문을 열면 울리는 디젤엔진의 사운드와 사진 촬영을 위해 공회전을 돌릴 때에는 여느 시끄러운 디젤엔진과 같다. 그런 대비되는 차음 수준이 더욱 큰 이질감과 만족감을 남겼다. 주행 중에는 스탑&고의 작동으로 인한 떨림도 불쾌한 수준이 아니었다. 단, 반응은 약간 늦는 편이라 느껴진다. 적응이 필요하다.
차음 성능과 비슷한 맥락으로 승차감 자체가 한 체급 정도 올라간 차량처럼 느껴진다. 소형 해치백 특유의 통통거리는 느낌이 전혀없고, 쇽업 쇼버 세팅 자체가 부드럽게 조율된 편이다. 그리고 후륜 현가 지오메트리가 멀티링크라는 점도 승차감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산 준중형 SUV에 가까운 느낌, 단 지상고와 무게중심이 낮다보니 코너링과 요철에 대응하는 느낌은 다르다. 코너링에서는 온로드에서의 부드러운 느낌과 다른 끈끈한 트랙션을 보여준다. 대신 요철에는 이따금 둔탁한 충격과 움직임으로 짧은 스트로크가 체감간다.
결국 운전자가 적응되는 부분이긴 하다. 스티어링 감도도 적당한 수준, 스포츠 모드에서는 약간 무겁다. 시냇길이나 코너에서 차량을 격하게 몰아봐도 곧 자세를 바로잡아준다. 짧은 리어오버행 덕분에 느껴지는 즉답적인 피드백이 해치백의 기민함을 체감시켜준다. 부드러움을 과시하던 7단 DSG가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금더 역동적인 변속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체감 폭이 크지 않으며, 이따금 N.V.H로 전해지는 자극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움직임 자체는 민첩하고 여유롭지만 본격적인 스포츠 세팅을 원한다면 GTI 트림의 선택을 유도하는 듯 하다.
결과적으로 디젤엔진을 탑재한 골프 2.0 TDI는 실용성과 경제성에 그 본질을 두고 있다. 에코 모드에서도 답답하지 않은 가속감을 제시하며, 꾸준한 정숙성은 체급대비 골프가 지닌 뛰어난 강점이 된다. 차세대 골프는 폭스바겐의 ADAS기능인 ‘트래블 어시스트’가 기본화되어, 레벨 2.5수준의 주행보조를 담당하기도 한다. 가속감과 제동감도 별도로 조절할 수 있다. 사이드미러로 알려주는 사각지대 경보 기능과 긴급제동 보조, 그리고 코너링 라이트는 장거리 주행이나 시내, 야간 주행에서의 안전성을 키워주었다.
즉, 보다 대중적인 관점에서 소비자들이 갖고싶어 할 만한 골프는 만들었다. 막연한 주행의 즐거움보다는 연령과 성별, 성향에 관계 없이 데일리 주행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섀시 세팅이 기반이 된다. 그리고 LED매트릭스 헤드램프와 17인치 휠, 정제된 디자인 언어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외모를 이루게 되며, 실내에는 터치 인터페이스와 더불어 무드램프 각종 CMF 소재를 강화함으로써 시각적인 매력도를 키웠다. 운전자를 향하는 터치스크린이나 메모리시트, HUD 등등 다양한 기능들은 소비욕구를 키워주는 요인들이다.
향토적인 문화 차이로 해치백이라는 장르는 유럽에서 인기를 끈다고 서론했다. 해치백의 장점은 결국 어디에서든 유효하다. 준중형 세단에 비해 길이는 협소할지 몰라도, 복잡한 시냇길이나 골목길을 거닐고, 좁은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테일게이트를 열고 짐을 꺼낸다던가 하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더욱 편리하다. 그리고 뛰어난 공간활용성을 갖추게 된다. 물론 그런 소형 해치백의 이점이 한국 시장에서는 소형 SUV의 급진적 유행으로 번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신 해치백이 지닌 낮은 무게중심과 안정감은 그만의 장점이다.
물론 목적의 차이가 있겠지만 주행감은 소형 SUV보다도 해치백이 절대적으로 즐겁다. 결국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서스펜션 세팅의 차이가 주는 물리적 동특성은 분명한 차이를 구분짓게 한다. 이번 골프라고 하여금 특별히 자극적인 주행감을 제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독일차 특유의 높은 차체 강성과 즉답적인 피드백, 높은 효율이 주는 만족감은 여러 차종들을 경험할 수록 더욱 와닿게 되는 차이였다. 기어이 국산 소형차 시장은 SUV가 전부 잠식한 현황이지만, 베스트셀링 해치백 폭스바겐의 골프가 국내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해주고 있는 셈이다.
폭스바겐 골프 장기 시승기 결론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트림을 장기간 시승했다. 더욱 완성도를 높인 디자인과 디지털 친화 인테리어, 풍부한 편의장비를 보강하여 복귀한 골프다. 최근의 자동차는 워낙 품질이 상향평준화되어 있다 보니, 골프의 정숙성과 효율성, 장시간 시승을 통한 사용자 경험만으로 ‘독일차’다운 성격을 느껴보기에는 다분했다. 솔직한 감정은 골프를 표현하는 ‘대중성’이라는 수식어가 딱히 어울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워 졌다. 반대로 그만큼 대중형 자동차의 수준이 올라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골프의 경쟁력은 거듭하여 강화되어 왔다.
글/사진: 유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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